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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된 시간이 흘러 갔다.무영객은 맞잡아서 가슴 앞에 꼿꼿이 세우고 있던 두 손바닥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그의 전신에 걸치고 있는 검정 옷이 바람이 들어가는 고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소세옥도 전부터 이 현천무극장이라는 수법에 관해서 사람들에게 얻어들은 예

비 지식쯤은 가지고 있었다.이 현천무극장이란 수법은 산과 같이, 바윗돌같이 무겁고 조용하게

시작되어서, 한 번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전광 석화같이 빠르고, 뇌성 벽력같이 무시무시하고,

노도같이 흉흉한 기세로 상대방을 격파시키고야 마는 것이다. 또, 만약에 이 수법을 쓰려는 사람

이 손을 쓰기 전에 상대방 사람이 선수를 써서 제압해 보려고 먼저 건드렸다가는, 도리어 반발력

을 자극해서 더 감당하기 어려운 반격을 받는 것이다. 즉 이 순간의 무영객에게는 이미 현천강기

라고 하는 놀라운 힘이 꽉 차 있으니, 누구든지 아무리 억센 힘으로 그의 몸에 일장의 공격을 가

한다 할지라도, 무영객의 몸에서 뻗쳐 나는 반탄력 때문에 그 사람은 죽음을 면할 수 없게 될 것

이 뻔했다.소세옥에게는 실로 일생 일대의 가장 중요하고 긴장된 순간이었다. 명석하고도 대담

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있었다. 결사적으로 목숨을 내걸고 대결할 것이냐? 그렇지 않으

면 천하 무예계의 인물들이 운집해 있는 이 마당에서 비겁하게도 이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할

무영객의 일장의 공격을 회피하고 말 것이냐?소세옥이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순

간에 한 가지의 기적이 일어났다.무영객의 시커먼 헝겊 밖으로 날카롭게 뻗쳐 나오던 두 줄기

안광은, 한참 동안이나 자운 아가씨의 얼굴 위를 더듬고 있더니 뭣인지 망설이는 모양이었다.

“후후후훙!”괴상한 코웃음 소리를 터뜨리며 무영객의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던 두 손이 돌

연 딱 멈추어졌다.소세옥의 극도로 긴장되었던 심정도 일시나마 다소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매약화 아가씨를 힐끗 한 번 쳐다보고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매약화 누님! 왜 여기까지

왔소? 저자의 일장(一掌)이 반드시 이 소세옥의 목숨을 빼앗아 가리라고 단정할 수는 없잖

소?”매약화 아가씨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안타까운 한숨을 가볍게 내쉬면서 다정 다감

한 눈초리로 소세옥을 힐끗 쳐다봤다.”소세옥! 저자가 쓰려는 수법이 현천무극장이란 것을

알고 있겠지?”소세옥은 씽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나서야 대답했다.”이 소세옥도

그것쯤은 잘 알고 있소. 그러나 누님이 여기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는 놀라기는 했을지 몰라

도 위험은 없었을 것이오. 그러나 누님이 여기 나타난 까닭으로 나는 죽음은 있어도 살아 날

길은 없어질지도 모르겠소.”말을 다 하자, 소세옥은 고개를 한편으로 돌려서 자운 아가씨를

바라다봤다. 자기네들이 둘이서만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는 가느다란 음성으로 입을 열었

다.”자운 아가씨! 오 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구려! 그 동안 별고 없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