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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리는 자신의 손에든 성수와 사내의 상처를 번갈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사내의 상처에서 발생한 연보라색의 연기는 연때와는 다르게 그 양이 많지 않고,

실외였기에 바로 대기 중으로 사라졌다.당세보는 주머니에서 끝이 납작한 젓

가락을 꺼내 사내의 상처부위에 있는 고름을 집어 조그만 자기(瓷器)에 담아

넣었다. 작업을 하는 당세보의 표정에는 왠지 모를 기괴함 마저 띄었다.“큭큭큭.

어쩌면 새로운 연구 과제가 생긴 것일지도. 캬캬캬캬.”“휴~. 또 시작이시군.

유매 저건 신경 쓰지 말고, 일단 다친 사람부터 치료를 하는 것이 어떨까?”남궁

상욱은 기묘한 표정에 기괴한 웃음을 터트리며 좋아하는 당세보의 모습에 겁을

먹고 뒤로 슬금슬금 물러서는 유이리를 달랬다. 뒤로 물러서는 유이리는 상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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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다시 상처 입은 사내에게 다가갔다. 유이리는 신성력을 사용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전능하신 마제린이여. 당신의 권능에 구하오니 당신의 딸에게 질병으

로부터의 자유를 내릴 수 있는 힘을 부여 하소서. 질병의 치유(Cure Disease).”

유이리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던 노란 빛은 사내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신성력

을 사용할 때 신성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대는 그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 사내의

몸속으로 빛이 빨려 들어갔다는 뜻은 사내가 어딘가 질병을 앓고 있다는 의미와

같다. 연과 비슷한 증상에 혹시나 하는 기분으로 힘을 사용했지만 생각대로의

결과가 나왔다.“으……”“정신이 드나?”사내의 몸이 꿈틀거리며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려나오자 상욱이 사내를 불렀다. 사내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았으니 몸을 편안하게 하세요.”유이리는 몸을 일으키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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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를 제지하고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전능하신 마제린이여. 당신의 딸이

구합니다. 당신의 자상한 손길로 상처받은 이를 보다듬어 주소서. 상처의 치료

(Cure Wounds).”정신을 차린 사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제 저녁에 물에

빠진 기억까지는 났지만 그 이후는 기억을 하지 못했다. 몸 상태를 보니 정상이

아니라는 것만을 알 수 있었다. 몸이 점차 편안해 지는 느낌에 눈을 떠보니 왠

사내들과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있었다. 선녀는 상처를 치료할 것이니 편안히

있으라 했다.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힘을 빼냈다. 선녀가 푸른빛을 뿜어

내는 손을 상처로 가져가자 놀랍게도 상처가 점점 아물어 갔다. 상처가 주던 지독

한 고통도 사라지고, 오직 상흔만이 그 흔적으로 남아 있다.놀라운 광경에 사내는

할말을 잃었다. 그러다 얼마 전에 주점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람의 상처를

빛을 뿜는 손으로 쓰다듬어 치료를 하는 선녀의 소문. 천하에 둘도 없는 미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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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신녀라 했다. 그래서 명호가 휘수신녀(輝手神女)라고 했었다.사내는 혼이 빠져나

눈으로 유이리를 바라보다가 유이“소저, 저와 결혼해 주십시오.”“엑!”“컥!”남궁형제는

유이리를 향한 느닷없는 사내의 청혼에 어제 먹은 육포가 목에 걸리는 느낌을 맛보았

다. 그러나 유이리는 평정심을 잃지 않는 특유의 미소 띤 얼굴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의 눈빛은 진지했다. 유이리는 가볍게 미소를 보내주었다.“어머나. 감사합니다만

, 그것은 불가능 하겠네요. 죄송합니다.”유이리는 사내가 쥐고 있는 손을 빼내며 자리에

서 일어났다. 사내는 손을 내밀며 뭐라 하려 했지만 앞을 가로막으며 자신의 발등

위를 발로 있는 힘껏 짓밟는 연의 행동에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대협……

은 대체…… 누구신…… 지요?”상민은 자신의 옆에서 들려오는 한기를 내뿜는 지독히

도 낮은 음성에, 등에 식은땀을 흘리며 돌아보았다. 예상대로 그곳에는 살기에 온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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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뿜어내는 상욱이 있었다. 그러나 사내의 시선은 유이리에게 머물러 있느라

그런 상욱의 상황을 미처 살피지 못했다.“청랑도(靑浪刀)? 청아흑랑(靑牙黑狼)

곽명신(郭銘晨)?”상욱은 현진의 말에 흠칫 놀랬다. 청아흑랑 곽명신이라 하면 상욱

과 같은 육룡사봉의 일인으로 상욱의 다음으로 평가되는 후기지수로 청랑도 라는 날

반대편이 물결무늬로 깎여있는 독특한 모양의 도를 사용하는 흑의(黑衣)의 젊은 협

객이다. 청년은 깜짝 놀라 이현진을 돌아보더니 순  눈매가 날카로워 졌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엥? 그걸 어떻게? 아~~ 저기 그 칼에

물기좀 털어 주겠소? 화산검룡(華山劍龍) 이현진소협.”이현진은 사내와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도를 번갈아 바라보다 당황하며 도에 묻어 있는 물방울을 털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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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가볍게 휘둘러 주자 도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도신에 묻어 있는

물기를 가볍게 털어 냈다. 현진은 그 도를 정중하게 곽명신에게 건네며 사과했다.

무림인에게 있어 주인이 있는 병장기를 허락 없이 만지는 것은 지독한 실례를

범하는 행동이다.“실례했습니다. 곽명신 대협.”“괜찮소.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지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를 아는분도 있는 듯 하지만 정식으로 소개를 하죠.

육룡사봉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칭호를 받고 있는 청아흑랑 곽명신이라 합니다.”

곽명신은 현진에게 받은 검을 역으로 쥐고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하며 허리를 숙였다.

남궁상욱 이하 일행들 역시 포권을하며 곽명신의 인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