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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바로 이 순간에, 광장 한복판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 났다.펑!무시무시한 음향

이 광장의 면적과 공간을 뒤흔들었다.묘강삼살(苗疆三殺) 중에서 홍구파라는 할멈이 강주 아가씨의 신영

궁 산형신법(散形身法)에 견디다 못해서, 일격에 보기 좋게 치명적인 급소 명문혈(命門穴)에 명중 당한

것이었다.계집종 비운은 누구보다도 눈이 밝고 손이 빠른 여자였다.앵두같이 새빨간 입술로 휘파람을

한 번 가볍게 쉭! 부는 순간, 가냘프고 매끈한 두 손을 살그머니 펼쳤다.품속에 안겨 있던 신영궁을 지키

는 신구(神狗)가 왕! 왕! 왕! 미친 듯이 짖으며 금빛이 번쩍하는 찰나에, 날쌔게도 홍구파의 턱밑 인후를

보기 좋게 한 입 덥썩 물어 뜯었다.이렇게 되어서 묘강삼살 중의 하나인 홍구파란 할멈은 다년간 죽을 힘

을 다해서 단련한 홍사철장(紅沙血掌)이라는 재간을 한번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녹살신(綠殺神)의 뒤를

따라서 영원히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한편, 만빙여 아가씨는 더군다나 흑선풍 오량 따위는 안중에도 없

었다.오량이란 자는 묘강삼살 중에서 신법(身法)이 뛰어나게 재치 있고 빨라서 흑선풍이란 칭호까지 받고

있을 뿐더러, 그의 흑풍장(黑風掌)은 맹렬한 위력을 떨치는 공격법이었지만, 도저히 만빙여 아가씨의 연

표묘(煙雲飄渺)라는 신법을 따를 수는 없었다.거창하게 생긴 사나이와 날씬한 아가씨가 일 대 일로 싸우

는 광경은 실로 가관이었다.손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만빙여 아가씨는 흑선풍 오량을 계획적으로 희롱하

고 있었다. 경신술(輕身術)을 가지고 승부를 겨루기 시작했을 때부터, 거창한 남자와 날씬한 아가씨는 주

마등처럼 휙휙휙휙 광장 한복판을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흑선풍 오량은 한편으로는 쫓기면서, 또 한

편으로는 흑풍장을 연발하여 만빙여 아가씨에게 공격을 가했다.그러나 만빙여 아가씨는 도리어 생글생

글 웃으면서 애교가 넘치는 음성으로 상대방을 놀리기만 하는 것이었다.”이봐! 흑풍장이란 정말 무시무

시한 장법인데! 어디 또 한 번 더 공격해 보란 말야!”흑선풍 오량은 씨근벌떡거리며 쫓기어 가고, 아가씨

는 연방 조롱할 뿐.”피! 그따위 시시한 재간을 가지고 감히 중원(中原)에 나타나서 우쭐거려 보자는 거야

? 부끄러운 줄도 모르구!””우후후흥!”흑선풍 오량은 노발대발, 짐승처럼 으르렁대면서 두 손으로 쉴 새

없이 장풍을 발사했다.그러나 사람의 힘이란 한이 있는 것이다. 수십 합(合)을 대결하고 나니 몸을 쓰는

품도 차츰차츰 느려졌고,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만빙여 아가씨는 고집이 세고 짓궂기는 하지만 잔인하거

나 악독한 아가씨는 아니었다. 대승심법(大乘心法) 중에서 아가씨의 독특한 절기(絶技)인 삼소식(三笑

式)의 수법도 아직 발휘하지 않고, 강주 아가씨가 홍구파 할멈을 거꾸러뜨리는 소리를 듣자, 만빙여 아가

씨도 교태가 넘치는 간드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