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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말할 만한 용기가 나지 않았다.소세옥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쑥스럽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다.
매약화 아가씨도 얼굴이 새빨개졌다. 또 한편으로 만빙여 아가씨의 개성이나 고집을 잘 알 뿐더
러, 현도노인의 손주딸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는지라, 만일에 이 아가씨가 성미를 부리기 시작
하면 수습하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하리라고 생각했다.매약화 아가씨가 얼굴빛이 핼쑥하게 변
해 가지고 눈매에 슬픔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소세옥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리 없었다.매약화
아가씨가 공연히 억울한 꼴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대뜸 배짱을 든든히 먹고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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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했다.”만빙여 아가씨! 소생이 이번에 다시 이 고장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부친을 살해한
원수를 갚으려는 목적이오. 이제 그 원수가 바로 소생의 눈앞에 나타나 있는 판이니, 소생으로
서야 그 밖의 일을 따질 정신이 있겠소? 아가씨와의 문제는 내가 원수를 깨끗이 갚고 난 다음에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합시다.”아무리 제 고집만 부리는 만빙여 아가씨라 해도 소세옥의 말이
쯤 나오니 점잖아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코웃음을 치고 나서 대답을 했다.”좋아요. 그렇게 해
요. 만약에 두 사람 사이에 다른 문제를 가지구 어쩌구저쩌구 할 때에는‥‥‥ 그때에는 나도
용서가 없을 줄 알아야돼요!”소세옥은 쓰디쓴 웃음을 입가에 띠었다. 이 중대한 순간에 만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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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의 성미를 거슬려 놓아서 시끄럽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개를 끄덕끄덕 승낙의
의사를 표시하며 딱 잘라서 말했다.”소생이 원수를 갚고 난 다음에는 아가씨가 소생을 어떻게
하든지 마음대로 하시오.”소세옥은 그제서야 이편으로 몸을 돌리고 무영객을 정면으로 대했다
. 냉소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이제, 당신은 나에게 할말이 뭣이 있소?”무영객은 얼굴을 가린 시
커먼 헝겊 속에서 여전히 두 눈을 날카롭게 번쩍거리며 징글맞게 웃었다.”흐흐흐‥‥‥ 흐흐! 젊
은 친구! 그대는 삼대 문파를 위해서 싸움을 거들어 주려고 온 건가? 그렇지 않으면 그대의 부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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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일 때문에 여기 나타난 것인가?”소세옥의 양쪽 눈 귀퉁이가 찢어질 것 같이 위로 치올라갔다.
그리고 목청이 터지도록 호통을 쳤다.”그건 삼대 문파를 위해서 왔다고 해도 좋소. 또 이 소세옥의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왔대도 좋소. 하여튼 오늘은 천하 무예계 사람들 앞에서 당신은 하나의 공
정대한 태도를 취해 줘야 할 것이오. 그것은 뭣을 의미하는 말이냐 하면, 나의 부친 추운검객을 당
신은 무슨 원한 때문에, 또 무슨 까닭 때문에 살해했는지, 그 점을 밝혀 달란 말이오.”무영객이 입
을 열기도 전에 묘강삼살(苗疆三殺)들이 분을 못 참아 옆에서 씨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