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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물론 근거를 삼을 만한 점이 충분히 있었지! 하지만 그것은 아주 처참하고 혹독한 도살 사건을 근

거로 삼았었다!”젊은 여자는 깜짝 놀라며 여전히 반문했다.”처참하고 혹독한 도살 사건이라구요? 그게

도대체 누구일까요?”노인은 흥미 없다는 듯 연방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얘!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

두기로 하자.”천수관음 손추평은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따분하고 답답함을 금치

못했다.손추평의 온갖 정신은 연비라는 청년을 쫓아가서 붙잡아야겠다는 데에만 쓸려 있었다. 노인과

젊은 여자가 주고받는, 자기에게는 하등의 관계도 없는 이야기에 흥미가 있을 리 없었다. 여기까지 달려

온 것이 허사였다는 것을 깨닫자 풀이 죽어서 몸을 훌쩍 가볍게 날려 숲속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천수관음 손추평이 숲속을 뜨려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노인은 두 눈을 꿈쩍꿈적했다. 자기 주변

에서 어떤 사람이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렸다.새파란 옷을 입은 젊은 여자도 즉각에 눈

치를 채고 벌떡 일어서서 손추평의 뒤를 쫓아가려고 했다.그러나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말렸다.”얘, 그냥

내버려둬라! 그 여자는 우리들 때문에 여기 나타난 것은 아닐 테니까‥‥‥”새파란 옷을 입은 젊은 여자

는 버티고 선 채 몸을 움직이지 못하다가 숲 저편 먼 곳을 물끄러미 바라다보며 다시 땅바닥에 주저앉았

다.눈부신 태양 광선이 젊은 여자의 얼굴 위에 비스듬히 내리쬐었다. 초췌하기 짝이 없는 병든 얼굴.한눈

에 봐서도 이 여자의 병세는 가벼운 것이 아니며 아직도 건강은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사람 같아 보였다.

노인은 누가 자기 행동을 감시하거나 혹은 자기 말을 엿듣거나 전혀 아랑곳이 아니라는 듯, 태연히 다음

말을 계속했다.”그것은 정말 까마득한 세월이 흘러 간 오래 전 일이었구나!”노인은 이렇게 한 마디를 하

고, 또다시 고개를 쳐들어 하늘 가에 유유히 떠도는 흰 구름을 쳐다봤다. 무예계의 원한, 복수, 그리고

피비린내 나는 살륙을 생각하고 감개 무량하다는 표정이었다.새파란 옷을 입은 여자는 손으로 자기의

비쩍 여윈 얼굴을 쓰다듬었다. 갑작스레 뭣인지 중대한 일이 생각났다는 듯,”아차!”하고 소리치며 선

뜻 일어섰다.노인은 유유히 움직이는 흰 구름만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서 새파란 옷을 입은 여자의 당황해

하고 초조해 하는 얼굴을 유심히 바라다보며 말했다.”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새파란 옷을 입

고 있는 여자는 앵도같이 빨간 입술을 약간 움직였다. 몇 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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