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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함께 달아나서 호젓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서 즐겁고 신바람 나고 멋들어지게 살 수가 있단 말이

야! 영원히 시끄럽고 뒤숭숭한 무예계를 떠나서 말이야! 내 말을 어떻게 생각하지? 그렇게 해주

겠어?”연비는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쩌렁쩌렁 울리는 음성으로 통쾌하게 웃었다.”핫! 핫! 핫! 정

부인께서는 이 연비라는 청년을 너무나 깔보고 하시는 말씀이오! 이 연비는 비록 세상에서 손가락

질하는 도둑 신도를 스승으로 삼고 자라난 문하생이기는 하지만, 무슨 일에 남아 대장부가 의협심

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쯤은 판단할 줄 아오! 또 평소에 공명 정대하게 행동을 해왔소! 남의 부인을

꿰어차고 도주하는 그런 파렴치한 짓을 어찌 감히 할 수 있겠소?”손추평의 눈동자에서는 매서운 추

파도 사라져 버렸고, 얼굴의 표정이 아주 심각해졌다. 터져날 것만 같은 한숨을 억지로 깨물면서

차분히 가라앉은 음성으로 천천히 말했다.”나는 그대가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할 것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이 천수관음 손추평이란 여자는 그대가 생각하듯이 그렇게 음탕하고 뻔뻔스럽고 더러운 여

자는 아냐! 단지 목전의 나의 형편이 어쩔 수없게 되어서 한 걸음 후퇴해서 내 몸을 보호해야만 생

명을 유지해 나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연비는 점점 더 무슨 소리인지, 무슨 영문인지

를 통 알 수가 없었다.”부인의 하시는 말씀은 뭣을 의미하는 말씀인지 소생은 점점 더 알 수 없소!”

“그럴 거야! 물론 그대는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을 거야!”손추평은 참다못해 긴 한숨을 내쉬었

다.”아까 시커먼 의복을 입은 사람이 하던 말을 그대도 못 들은 것은 아니겠지?”연비는 잠시 뭣인지

생각하다가 선뜻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그렇소! 나도 분명히 들었소! 그분의 말씀은 의미 심장하

고 지당한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추운검객이라는 분의 죽음과 관련되는 일이 아니겠소? 부인께

서 그 사건에 휩쓸려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일 같던데?”손추평은 지극히 처량한 표정을 하고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사실이야. 나는 그런 사건과는 털끝 만한 관련도 없는 일이지만‥‥‥ 그렇지만

모든 사건이 백일하에 또렷이 폭로되고 만다면, 그때에는 나도 전혀 모른 체를 할 수는 없는 입장이

거든! 또 무예계의 여러 큰 문파(門派) 사람들이 나를 용서해 주지도 않을 거야! 죄가 있는 놈이고 없

는 놈이고 모조리 도매금으로 죽어야 하는 판이야! 그래서 나는 미리미리 먼 곳으로 뺑소니쳐 버리고

싶다는 거야!”연비는 그 말을 듣고 보니 더욱 알고 싶은 문제가 있었다.”방금 나타났던 그 시커먼 의

복을 입은 사람은 도대체 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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