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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닭 없이 하인배들과 종년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매를 맞을 때마다, 소년은 그들에

게 반항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이 십여 년 동안이나 온갖 고난을 물리치고 연마

하고 단련해 온 무학(武學)의 실력과 재간을 한 번 실제로 시험해 보고 싶었다.하지만

소년은 손을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번번이 참아 버리고 말았다. 왜냐하

면 그의 유모가 신신 당부한 말이 있기 때문이었다.그것은 여하한 일이 있더라도 소년

이 무술 재간을 몸에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만약

에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눈치채기라도 하면, 소년은 물론 유모까지도 당장에 생명

에 위험이 닥쳐오리라는 것이었다.그러나 사실, 이런 점이 소년에겐 그다지 중요한 일

은 아니었다. 그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소년이 무언가 한 가지 일을 위해서 참고 견

디면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자기를 키워 준 유모가 어떤 한 가지 사실

을 철저히 조사하고 규명해 낼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었다.유모의 말이, 이 한 가지 사실

이란 굉장히 중대한 일이며, 무예계에 지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일대 비밀이라는 것

이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소년 자신의 신세에 관해서도 중요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고 했다.소년은 참고 견디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죽어 버리지 않는 이상, 아무리 이 봉

명장에서 천대와 구박을 받는 것이 견딜 수 없다 하더라도, 역시 이곳을 떠나면, 그 굉장

한 비밀을 밝혀 낼 수 없고, 또한 자기 자신도 영원히 흰 말이 낳은 사내 자식으로 세상 사람

들에게 낙인이 찍힐 것이며, 도저히 자신의 신세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 볼 수없다고 생

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한 가지 사실이 그에게는 가장 중대한 문제였다.소년은 자기 자신이

정말 흰 말이 낳은 아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소년은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의 생명에 대

한 오점 (汚點)을 깨끗이 씻어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남과 같이 무예계에 쟁쟁한 명성

을 떨쳐서,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정당한 대우를 받는 인물이 되고싶다는 일념뿐이

었다.무예계 사람들이 성수신검을 존경하고 떠받들고, 그 앞에서 아첨을 하는 것을 볼

때마다, 소년은 그것이 부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소년은 항시 혼자서 생각했다.’성수신검

정기봉 따위 인물이 뭣이 그리 대단하다는 거냐? 흥! 어디 두고 보자! 나도 장성해서 어른

이 되면 그 사람 못지않게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년은 비록 깊은 밤중만 되

면 남몰래 무술 재간을 연마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무예계에서 일어나는 가지가지 사건에

대해서는 깜깜소식이었다.무예계 사람들이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 출세를 하고 입신 양

명을 하며, 쟁쟁한 명성을 떨치게 되는지, 그런 일을 알 까닭이 없었다.단지, 현재의 소년의

심정이나 안목으로는 성수신검보다 훌륭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