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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이 처음 제자리에 서 있으며, 추호도 움직인 흔적은 없었다.노인은 또 한 번 담담하게

웃었다.그리고 몸을 돌이켜 식탁 가로 돌아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이씨! 시력이 이

상해지신 모양이오! 어질증이 나신 게 아니오? 시체들은 모조리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데, 뭣이 문 앞으로 결어왔단 말씀이오?”이때 이씨 노인은 내심 수상쩍은 생각

을 금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이씨 노인은 방금 시체가 들어 있는 방문을 정면으로 대하

고 앉아 있었으며, 하나의 수의(壽衣), 수모(壽帽)를 단정히 곁들인 송장이 분명히 방문

근처까지 걸어와 있는 것을 똑똑히 봤기 때문이었다.그뿐이 아니었다. 그 송장이 두 손

을 서너 번 흔들흔들하는 것도 분명히 보았다. 그러나 걸상이 벌렁 뒤로 넘어가고 자기가

뒷걸음질을 치게 됐을 때, 그 송장은 홀연 어디론지 사라지고, 두 번 다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땅딸보 노인이 자기더러 어질증이 일어난 것이라고 하니, 그렇지

않다고 끝까지 우겨댈 수도 없었다.땅딸보 노인은 송장들이 꼼짝도 않고 제자리에 꼿꼿이

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니, 어찌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이씨 노인은 내

심 까닭을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생각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냥 우물쭈물해 버리고 쓴 웃

음을 한 번 생끗 웃어 보일 뿐이었다.”이 사람! 내가 어질증 때문에 잘못 본 모양이지! 그만

, 푹 쉬게! 나도 이제 잠이나 자야겠네! 그런데 아까 내가 한 말은 명심해 둬야해! 그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누구에게도 물어 보거나 알려고 하지 말란 말일세!”이씨 노인은 말을

마치자 총총히 몸을 돌이켜 자리를 뜨고 말았다.무예계에 흔히 도사리는 원한이니, 보복이

니 하는 일에 관해서 땅딸보 노인은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단지, 세상만사, 사람이 입을

잘못 놀리면 화를 입는다는 단순한 이치밖에 몰랐다.얼마 전에 맞닥뜨렸던, 시체를 조사하

던 장정 녀석들의 우락부락하고 무시무시한 얼굴이 다시 노인의 두 눈앞에 떠오를 때, 그는

필시 무예계에 일대 원한과 보복의 싸움이 번져 나가고 있다는 사실만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편이 무슨 원한 때문에 그러는 지는 몰라도, 아이를 밴 여자의 종적을 놓쳤기

때문에 그 여자와 뱃속에 든 어린 생명까지 몽땅 없애서 뿌리를 뽑아 버리려고, 도처에 사

람을 내세워 길목마다 가로막고 이 아이 밴 여자를 찾고 있다는 사실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복을 하려는 사람은 누구냐? 그리고 보복을 당해야 할 사람은 누구냐? 땅딸보

노인이 그것을 알 도리는 없었다.땅딸보 노인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남의 일이야

아랑곳이 아니라는 듯, 술을 따라 가며 자작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