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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버리게 마련인 것이다.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처참하고 혹독한 일종의 형벌이 아닐 수 없었다.

소문에 들어서 혈독침이 얼마나 무서운 독기를 발휘하는 것인지 대강 알고 있는 연비는, 옆에서

손추평이 또한 애절하게 자기 목숨을 건져 주겠다고 졸라대는지라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도리

가 없었다.긴 한숨을 내쉬고 나서 말했다.”당신이 지금 한 말은 정말일까?”손추평은 또 호들갑

스럽게 웃었다.”호호호! 호호호! 내가 언제 거짓말을 한 적이 있어? 젊은 친구! 이걸 빨리 먹어 줘!

이걸 먹지 않는다면 나로서도 그대의 생명을 구출해 낼 딴 도리는 없어!”이쯤 되고 보니 연비는

이것저것을 헤아리고 있을 만한 겨를이 없었다. 무작정 입을 딱 벌렸다.천수관음 손추평은 선

뜻 한 알의 환약을 연비의 입 속에다 틀어넣어 주었다.입 속으로 들어간 환약은 금시에 이상한

소리를 냈다. 순식간에 녹아 버렸다.연비는 뜨거운 물줄기 같은 것이 화끈하고 단숨에 창자 속

으로 찌르르 흘러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손추평의 얼굴의 표정이 별안간 활짝 밝아지면

서 만면의 미소가 음탕할 정도로 징글맞은 웃음소리로 변했다.”으흐흐‥‥‥ 흐흥! 이제 됐어!

그래야만 내가 좋아하는 젊은 친구! 이 누이가 그대를 데리구 아무 데나 한 집 찾아 들어가서 독

침을 뽑아 내 줄 테니, 이 이상 이 누이의 속을 썩이지 말아줘! 응? 알았지?”연비는 어차피 이 지

경이 된 바에야 순순히 손추평의 말을 듣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저 되는대로 고개를 끄덕끄덕하

면서 말했다.”여보시오! 나의 막힌 혈도를 풀어 주시오! 나는 내 발로 걸어가겠소!”손추평은 이미

자기의 목적을 달성한 바에야 가소롭기만 하다는 듯 깔깔대고 웃었다.”호호호! 그건 안 될 말이야

! 그대가 지금 몸을 움직인다면 혈독침의 독기가 더한층 빨리 전신으로 퍼져서 큰일나! 역시 이 누

이가 업고 갈게! 여자가 꼴사납게 그게 뭐냐구? 괜찮아! 내가 잘못했으니 속죄하는 의미에서‥‥

‥‥”이렇게 된 이상 연비는 따따부따 말다툼을 해봤댔자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속으로 단단히 결심을 했다.’이 손추평이란 여자가, 만약에 어떤 흉계를 꾸며서 자기 욕심을

채우려고 할 때에는 그대로 죽어 버리고 말리라! 절대로 어떤 음모에도 속아넘어가지는 않을 테

다!’손추평은 연비가 아무 대답도 없는지라, 또 한바탕 깔깔대며 웃고 나서 재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