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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은 방 안에 걸어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침대는 네가 써라.”그런 초일의 무심

함에 이정한은 인상을 쓰며 초일 앞에 섰다.”야! 넌……!””걱정 마라.””익……!”이정한은

붉어진 안색으로 주먹을 굳게 쥐었다. 처음에는 초일의 등장에 정말 반가웠다. 많이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장항은 무정하게 이곳에 와서 편지만을 전하고 바로 사라지

듯 무림맹으로 떠났다. 아무리 의리가 없다지만 적어도 사람의 만남에서 최소한의 의

리나 예의는 있어야 한다고 이정한은 생각했다.이정한은 초일을 기다리며 이곳에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같은 방에 기거하라는 말을 듣고도 뻔뻔한 얼굴을 한 초일의

모습에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철판이지? 내가 여자라는 것을 뻔

히 알면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그녀가 초일을 보며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할 때 하녀는

조용히 사라졌다. 하녀가 사라지자 이정한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여자라는 사실

을 뻔히 알면서 아무런 말도 안 하다니 정말 치한 같은 놈이구나. 아니지 변태라고 해야

하나?”초일은 그녀의 말에 슬쩍 그녀를 보다 무심히 고개를 돌렸다. 그것이 이정한을 더

화가 나게 했다. 이정한은 기를 끌어올려 한 대라도 치고 싶어 주먹을 들었다. 초일은

이정한의 시선을 무시한 채 웃통을 벗었다.”어…머!”이정한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한 발 물러났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벌려져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 사이로 초일의

등과 함께 피에 젖은 검은 천이 들어왔다. 초일은 흑살대원의 옷을 찢어 감은 천을 벗어

버리고 하얀 천을 등에 감았다.일단 빠른 상처의 쾌유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옷을

입었다. 초일은 자신의 옷이 어느새 소매가 사라진 것을 보았다. 그저 평범한 무명옷이지

만 초일에게는 나름대로 소중했다.”상처는 괜찮은 거야?”이정한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피

에 젖은 검은 천을 손에 쥐며 물었다. 초일은 고개를 끄덕였다.”옷도 갈아입어야 되겠다

. 내가 말해서 새 옷을 가지고 올게.””됐어.”초일은 이 옷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왠지 버릴 수

가 없었다. 처음으로 남에게 받은 옷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짧게 말한 것이다.이정한은 초일

의 무심함에 화가 났다. 대충 성격은 어느 정도 알지만 그래도 사람이 성의를 가지고 관심을

가져 주면 어느 정도 대우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정한이었다. 그렇지만 손에 쥐고 있는

피에 젖은 흑색의 천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