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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가지고 타이르듯 말했건만 결과에 있어서는 사마림 아가씨에게 핀잔만 맞고 말았으니, 그저 어안이

벙벙해서 어쩔 줄 모르고 얼굴이 온통 시뻘개졌다.사마림 아가씨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천수관음 손추

평에게 농락을 당한 사실이 괘씸하고 분해서 도무지 참고 견딜 수가 없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자기 말이

너무 지나쳤구나 하고 뉘우쳤다. 답답한 마음을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연비의 얼굴을 말끄러미 쳐다

봤다. 장탄식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아휴! 내가 좀 지나친 말을 했지! 젊은 친구, 화가 났어?”연비는 도

리어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사마림 아가씨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수 없었다.”소생이 뭐 그만 일에 화를

내겠습니까? 그런 말씀을 하셨기로서니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꾸지람이라고 소생이 언짢게 생각할 리 있

겠습니까?”사마림 아가씨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긴 한숨만 연방 내쉬었다.”나는 젊은 친구가 나에

대해서 성심 성의껏 호의를 베풀어 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 여자가 나한테 한 짓은 너무나 밉

고 괘씸해서 그대로 참고 견디기에는 억울해서 못 살겠거든!”바로 이때, 두 젊은이들의 등덜미에서 그

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난데없이 어떤 사람이 방정맞게 웃는 소리가 들려 왔다.”헤헤헤! 헤헤헤!”

두 젊은이들은 깜짝 놀라 몸을 홱 돌렸다. 그때 바로, 그 웃음소리의 주인공이 말하는 소리도 들려

왔다.”야아! 이런 숲속에서 소곤소곤 사랑을 속삭인다는 것은 정말 근사하고 멋들어지고 깨가 쏟아

지도록 재미 있는 일이겠는데! 정말 그럴듯해!”말소리가 그치자마자, 두 젊은이들은 그 주인공을

똑독히 알아볼 수 있었다.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천수관음 손추평이었다.연비는 내

심 대경 실색했다.그러나 예봉 사마림 아가씨는 도리어 잘 됐다는 듯 칼날같이 매서운 음성으로 발

칵 소리를 질렀다.”그따위 지저분한 소리 작작하시오!”또다시 코웃음을 치면서 언성을 더한층 높

였다.”흐흥! 손추평! 이 아가씨는 그렇지 않아도 당신을 좀 만났으면 하고 있던 참이었소. 그런데

당신 자신의 발로 걸어서 여기까지 나타났으니 오히려 잘 된 셈이오!””나를 만나고 싶었다구?”

천수관음 손추평은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살짝 드러냈다.갸우뚱갸우뚱 날씬한 허리채와 탐스러

운 둔부를 한들한들 하면서 몇 발자국인지 앞으로 걸어 나섰다.허리에 띠고 있는 굵직한 띠(帶)를

한쪽 손으로 잔뜩 움켜잡고 가증스럽게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