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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사를 인간의 힘으로 억지로 할 수 없는 것인데‥‥‥ 어째서 네 몸을 네 스스로 망쳐 버리려고 한

단 말이냐? 나무 아미타불!”자운 아가씨는 별안간 고개를 벌떡 뒤로 젖혔다.얼이 다 빠진 것같이 흐리멍

텅한 눈동자에서 눈물 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세심신니와 사마림 아가씨의 얼굴을 번갈아 유심히 더

듬어 봤다. 마치 세심신니의 얼굴에 대해서는 언젠가 본 적이 있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느닷없이 딴소

리를 던졌다.”어째서 천도(天道)라는 것이 인간에게는 불공평한가요?”세심신니는 선뜻 대답해 주었다.

“공평하다느니, 불공평하다느니 하는 것은 사람마다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다! 인생이란 이합무상(離合

無常)한 것이다. 네가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불공평한 법이고‥‥‥ 죽는 날까지

인생에는 불공평이란 게 없을 수 없는 법이다! 밝은 달도 언제나 둥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지러질 때

있잖으냐? 아름다운 꽃도 피었다가 반드시 지는 날이 있으니‥‥‥ 생각만 돌이키면 인생의 마음은 항

시 편안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넓고 넓은 대천 세계(大千世界)에서 얼마나 많은 남녀들이 서로 미워하고

서로 원망하고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맺어지지 않아도 좋을 인연을 어쩔 수 없이 맺고 살아

가는지 아느냐? 인생이란 거울같이 맑고 깨끗한 마음만 간직하고 있으면 어떤 티검불도, 먼지도 침범하

지 못하는 법이다. 과거지사란 연기나 구름같이 지나가면 그뿐인 것이다! 자아, 제발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고 이 스승을 따라서 돌아가자!”세심신니의 간곡한 말이 과연 다소나마 효과를 나타냈음인지,

자운 아가씨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침통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이나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

쪽을 향하여 두어 발자국을 천천히 옮겨 놓았다.그러나 몇 발자국을 옮겨 놓다가 또 갑자기 걸음을 멈

추고 우뚝 버티고 섰다. 정기가 다 빠진 멍청한 두 눈을 크게 뜨고 큰 소리로 중얼댔다.”싫어요! 난 가

기 싫어요! 돌아가지 않을 테에요!”사마림 아가써가 나지막한 음성으로 세심신니의 귓전에다 속삭

이듯 말했다.”신니 할머님! 자운 언니를 살살 구슬리셔서 우리 앞으로 좀더 걸어오게 하세요! 그러

면 제가 옆으로 달려 들어서 부둥켜 안을께요! 이대로 내버려두면 너무 위험하잖아요?”세심신니

는 연방 장탄식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했다.”얘! 자운아! 네가 정 그다지 안타까운 심정을

단념할 수 없다면, 이 스승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소씨 집안과 정씨 집안의 원한 관계를 풀어

버리도록 해주마!